증도가 중에서
絶學無爲閑道人(절학무위한도인) 배움이 끊어진 하릴없는 한가한 도인은
不除妄想不求眞(부제망상불구진)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 구하지 않으니
無明實性 卽佛性(무명실성 즉불성) 무명의 참 성품이 곧 불성이요
幻化空身 卽法身(환화공신 즉법신) 허깨비 같은 빈 몸이 곧 법신이로다.
法身 覺了無一物(법신 각료무일물) 법신을 깨달음에 한 물건도 없으니
本源自性 天眞佛(본원자성 천진불) 근원의 자성이 천진불이라
頓覺了如來禪(돈각료여래선) 여래선을 단박에 깨치니
六度萬行 體中圓(육도만행 체중원) 육도만행이 본체 속에 원만함이라
夢裏 明明有六趣(몽리 명명유육취) 꿈속에선 밝고 밝게 육취가 있더니
覺後 空空無大千(각후 공공무대천) 깨친 후엔 비고 비어 대천세계가 없도다.
無罪福無損益(무죄복무손익) 죄와 복이 없고 손해와 이익도 없나니
寂滅性中 莫問覓(적멸성중 막문멱) 적멸한 성품 가운데서 묻고 찾지 말라.
六般神用空不空(육반신용공불공) 여섯 가지 신통묘용은 공하면서 공하지 않음이요
一顆圓光色非色(일과원광색비색) 한 덩이 뚜렷한 빛은 색이면서 색이 아니로다.
淨五眼得五力(정오안득오력) 오안을 깨끗이 하여 오력을 얻음은
唯證乃知難可測(유증내지난가측) 증득해야만 알 뿐 헤아리긴 어렵도다.
常獨行常獨步(상독행상독보) 항상 홀로 다니고 항상 홀로 걷나니
達者同遊涅槃路(달자동유열반로) 통달한 이 함께 열반의 길에 노닐도다.
三身四智 體中圓(삼신사지 체중원) 삼신․사지는 본체 가운데 원만하고
從他謗任他非(종타방임타비) 남의 비방에 따르고 남의 비난에 맡겨두라.
把火燒天徒自疲(파화소천도자피) 불로 하늘을 태우려 하나 공연히 자신만 피로하리로다.
觀惡言 是功德(관악언 시공덕) 나쁜 말을 관찰함이 바로 공덕이니
此則成吾善知識(차즉성오선지식) 이것이 나에게는 선지식이 됨이라
不因訕謗起怨親(불인산방기원친) 비방 따라 원망과 친한 마음 일지 않으면
何表無生慈忍力(하표무생자인력) 하필이면 남이 없는 자비인욕의 힘 나타내 무엇할 건가.
宗亦通說亦通(종역통설역통) 종취도 통하고 설법도 통함이여
定慧圓明不滯空(정혜원명불체공) 선정과 지혜가 두렷이 밝아 공에 응체하지 않는도다.
行亦禪坐亦禪(행역선좌역선) 다녀도 참선이요 앉아도 참선이니
語默動靜體安然(어묵동정체안연) 어묵동정에 본체가 편안함이라
縱遇鋒刀常坦坦(종우봉도상탄탄) 창․칼을 만나도 언제나 태연하고
假饒毒藥也閑閑(가요독약야한한) 독약을 마셔도 한가롭고 한가롭도다.
住相布施 生天福(주상보시 생천복) 모양과 머무는 보시는 하늘에 나는 복이나
猶如仰箭射虛空(유여앙전사허공) 마치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것과 같도다.
勢力盡箭還墜(세력진전환추) 세력이 다하면 화살은 다시 떨어지나니
招得來生不如意(초득래생불여의) 내생에 뜻과 같지 않는 과보를 부르리로다.
爭似無爲實相門(쟁사무위실상문) 어찌 함이 없는 실상문에
一超直入如來地(일초직입여래지) 한번 뛰어 여래지에 바로 들어감과 같으리오.
但得本草愁末(단득본막수말) 근본만 얻을 뿐 끝은 근심치 말지니
如淨瑠璃含寶月(여정유리함보월) 마치 깨끗한 유리가 보배달을 머금음과 같도다.
不求眞不斷妄(불구진불단망) 참됨도 구하지 않고 망령됨도 끊지 않나니
了知二法 空無相(요지이법 공무상) 두 법이 공하여 모양 없음을 분명히 알았도다.
無相無空無不空(무상무공무불공) 모양도 없고 공도 없고 공 아님도 없음이여
卽是如來眞實相(즉시여래진실상) 이것이 곧 여래의 진실한 모습이로다.
心鏡明鑑無碍(심경명감무애) 마음의 거울 밝아서 비침이 걸림 없으니
廓然瑩徹周沙界(확연영철주사계) 확연히 비치어 항사세계에 두루 사무치도다.
萬象森羅影現中(만상삼라영현중) 만상삼라의 그림자 그 가운데 나타나고
一顆圓明非內外(알과원명비내외) 한 덩이 뚜렷이 밝음은 안과 밖이 아니로다.
豁達空撥因果(활달공발인과) 활달히 공하다고 인과를 없다하면
茫茫蕩蕩招殃禍(망망탕탕초앙화) 아득하고 끝없이 앙화를 부르리로다.
棄有著空病亦然(기유착공병역연) 있음을 버리고 공에 집착하면 병이기는 같으니
還如避溺而投火(환여피익이투화) 마치 물을 피하다가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도다.
捨妄心取眞理(사망심취진리) 망심을 버리고 진리를 취함이여
取捨之心成巧僞(취사지심성교위) 취사하는 마음이 교묘한 거짓을 이루도다.
一性 圓通一切性(일성 원통일체성) 한 성품이 뚜렷하게 모든 성품에 통하고
一法 含一切法(일법 변람일체법) 한 법이 두루하여 모든 법을 포함하나니
一月 普現一切水(일월 보현일체수) 한 달이 모든 물에 두루 나타나고
一切水月 一月攝(일체수원 일월섭) 모든 물의 달을 한 달이 포섭하도다.
諸佛法身 入我性(제불법신 입아성) 모든 부처님의 법신이 나의 성품에 들어오고
我性 還共如來合(아성 환공여래합) 나의 성품이 다시 함께 여래와 합치하도다.
一地 具足一切地(일지 구족일체지) 한 지위에 모든 지위 구족하니
非色非心非行業(비색비심비행업) 색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요 행업도 아니로다.
體若虛空勿涯岸(체약허공물애안) 본체는 허공과 같아서 한계가 없도다.
不離當處常湛然(불리당처상담연) 당처를 떠나지 않고 항상 담연하니
覓則知君不可見(멱즉지군불가견) 찾은 즉 그대는 보지 못함을 알겠도다.
取不得捨不得(취부득사부득) 가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나니
不可得中 只麽得(불가득중 지마득) 얻을 수 없는 가운데 이렇게 얻을 뿐이로다.
默時說說時默(묵시설설시묵) 말 없을 때 말하고 말할 때 말 없음이여
大施門開無壅塞(대시문개무옹색) 크게 베푸는 문을 여니 옹색함이 없도다.
有人 問我解何宗(유인 문아해하종) 누가 나에게 무슨 종취를 아느냐고 물으면
報道摩訶般若力(보도마하반야력) 마하반야의 힘이라고 대답해 주어라.
眞不立妄本空(진불입망본공) 참됨도 서지 못하고 망도 본래 공함이여
有無俱遣不空空(유무구견불공공) 있음과 없음을 다 버리니 공하지 않고 공하도다.
二十空門 元不著(이십공문 원불착) 이십공문에 원래 집착하지 않으니
一性如來體自同(일성여래체자동) 한 성품 여래의 본체와 저절로 같도다.
吾早年來積學問(오조년래적학문) 나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쌓아서
亦曾討疏尋經論(역증토소심경론) 일찍 주소를 더듬고 경론을 살폈도다.
分別名相 不知休(분별명상 부지휴) 이름과 모양 분별함을 쉴 줄 모르고
入海算沙徒自困(입해산사도자곤) 바닷속 모래 헤아리듯 헛되이 스스로 피곤하였도다.
却被如來苦呵責(각피여래고가책) 문득 여래의 호된 꾸지람을 들었으니
數他珍寶有何益(수타진보유하익) 남의 보배 세어서 무슨 이익 있을 건가.
從來 蹭蹬覺虛行(종래 층등각허행) 예전엔 비칠거리며 헛된 수행하였음을 깨달으니
多年 枉作風塵客(다년 왕작풍진객) 여러 해를 잘못 풍진객 노릇하였도다.
不見一法 卽如來(불견일법 즉여래) 한 법도 볼 수 없음이 곧 여래니
方得名爲觀自在(방득명위관자재) 바야흐로 이름하여 관자재라 하는도다.
不思議解脫力(부사의해탈력) 부사의한 해탈의 힘이여
妙用恒沙也無極(묘용항사야무극) 묘한 작용 항사같아 다함 없도다.
了了見無一物(요요견무일물) 밝고 밝게 보면 한 물건도 없음이여
亦無人兮亦無佛(역무인혜역무불) 사람도 없고 부처도 없도다.
大千世界 海中漚(대천세계 해중구) 대천세계는 바다 가운데 거품이요
一切聖賢 如電拂(일체성현 여전불) 모든 성현은 번갯불 스쳐감과 같도다.
假使鐵輪 頂上旋(가사철륜 정상선) 무쇠바퀴를 머리 위에서 돌릴지라도
定慧圓明終不失(정혜원명종불실) 선정과 지혜가 뚜렷이 밝아 끝내 잃지 않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