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선담

승조(僧肇)법사 임종게(臨終偈)와 구마라습 스님 이야기

노하시원 2019. 1. 25. 10:17

승조(僧肇)스님의 임종게(臨終偈) - 후진의 황제 요흥의 청을 거절한 죄로 목이 잘리면서 읊은 마지막 말씀  

 

사대원무주(四大元無主)   사대는 본래 주인이 없고,
오온본래공(五蘊本來空)   오온은 본래 빈 것이다. 
장두임백도(將頭臨白刃)   내 머리를 칼날이 내려칠 것이지만,
흡사참춘풍(恰似斬春風)   봄바람을 베는 것에 불과 하리라.


 

* 승조(僧肇)스님은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금강경'과 유마경 등을 

중국어로 번역한 구마라습 스님의 제자이다.

 

구마라습 스님은 인도인 아버지와 쿠차국 공주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국의 장수 여광의 강요로 파계를 당하게 되고 오랜 세월 중국에서 억류를 당하였다.
그 굴욕의 삶을 부처님의 일을 하는 것으로 풀어냈는데

억류기간 중 익힌 중국어를 바탕으로 많은 경전을 번역하였다. 

번역과정에서 부처님의 사상을 중국어로 축약하여

 "번뇌시도장 (煩惱是道場)" , "색즉시공 공즉시색" 과 같은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후대에 남겼다.

구마라습 스님의 억류는 스님 개인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을 지는 모르나

이미 그렇게 정해서 태어나신 일이 아니었나 싶고

중국어 역경을 하려고 그러한 고난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마치 부처님이 전생에 인욕선인으로 능욕을 당하여 결국 오만한 가리왕을 불제자로 만들었 듯이.

크게 보면 구마라습 스님의 그 억울한 억류로 인하여 지금의 내가

금강경과 유마경을 읽으면서 조금 더 편하게 참선을 할 수 있으니

부처님의 세계는 참으로 알 수 없는 고맙고 신비한 일이 많다.

 

승조스님은 뛰어난 저술인 '조론', '보장론'을 남겼다.

특히 '보장론'은 승조스님이 사형선고를 받고 일주일 말미를 청하여

일주일간 후대를 위하여 자신의 공부한 모든 바를

적은 글로 선종 글의 백미로 통하나 위작 논란이 있다.

유명한 "만법귀일 일귀하처 [萬法歸一一歸何處]"라는 공안도

승조스님이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보장론에서만 원오극근선사의 '벽암록' 공안 62칙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후대에 미친 영향력이 지대했다고 한다.

 

승조스님도 구마라습처럼 워낙 뛰어난 천재이다 보니 후진의 요흥 황제가

재상으로 모시기 위하여 여러 번 청을 하였으나 거절하였다.

이에 화가 난 황제가 승조스님이 다른 나라에 가면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여 목을 잘라 죽였다.

위 임종게는 승조스님이 목이 짤리면서 태연히 읊은 마지막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