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선담
한산시
노하시원
2023. 6. 26. 14:59
한산시 191
아침 풀잎에 이슬을 못 보느냐?
해 뜨면 곧 모두 사라지는 걸
사람의 몸도 이와 같아서
염부는 여기 붙어 있는 곳이니라
부디 한평생 어름어름하지 말고
삼독을 모두 끊어 없애면
보리는 곧 번뇌, 번뇌는 곧 보리
그 번뇌 다시 남아 있게 하지 말라
한산시 192
물이 맑고 고요하고 환히 밝으면
모든 것 속속들이 나타나는 것처럼
마음 가운데 진실로 한 가지 일도 없으면
모든 경계가 움직일 수 없느니라
마음이 망령되이 일지 않으면
영원히 옮기거나 변하지 않나니
만일 그대 능히 이렇게 알면
이 지혜는 등과 앞이 없느니라.
한산시 193
법을 말해도 끝내 배부르지 않고
옷을 말해도 추위를 못 면하네
배부르려면 밥을 먹어야 하고
추위를 면하려면 옷을 입어야 하네
깊이 생각해 헤아릴 줄 모르고
다만 부처 구하기 어렵다 말할 뿐
마음 한 번 돌리면 곧 이 부처니라
아예 멀리 밖으로 구하지 말라.
- 한산시 김달진 편역 서정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