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선담

한글 신심명 - 삼조승찬대사 지음, 대원 문재현 선사 번역

노하시원 2023. 11. 5. 00:57

신심명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으니
간택을 꺼려야 할 뿐이다
좋아하고 싫어함만 없으면
가없이 이러-해서 명백하네.
떨끝만한 차별만 일으켜도
하늘땅 사이로 아득하다
깨달음의 도리는 드러난 것
따르거나 거슬림을 두지 말게.
따르고 거슬림이 서로 다퉈
마음병의 근본이 되었다네
부사의한 이치를 알지 못해
수고롭게 생각을 쉬려 하나
두렷하여 허공과도 같아서
모자람도 남음도 없건마는
취하거나 버리려 하기에
그로 인해 이러-하지 못하네.
세간의 인연도 따르잖고
성인의 경지에도 머묾없이
일인 근본 평화로운 마음을
흔적없이 자유로이 쓰게나
움직임을 그치려 한다면
그게 되려 움직임이 된다네
두 갓에 머물러만 있다면
일인 근본 이러-함을 어찌 알리
일인 근본 통달치 못하면
양쪽에서 공능을 잃으리니
있는 능력 버리려다 빠져들고
공을 따르려 하다가는 공 등지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서로 응함 이루지 못하지만
말 끊기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못할 곳이 없어서
근원에 돌아가면 종지 얻고
비침을 따르면 종지 잃네
단박에 반조하여 쓴다면
공함에서 나아가 뛰어나나
나아가 굴리다 변한다면
망령스런 견해가 이유라네
참된 것을 구하지도 말 것이며
망령된 견해만 쉬어버려
두가지 견해에 머묾없이
쫓거나 찾는 것도 삼가하게
찰나라도 시시비비 있다면
어지럽게 마음을 잃을걸세
둘이란 일로부터 있다 하나
일마저도 지키려고 하지 말게
일심이란 것마저 남 없으면
만법에서 허물없을 것이며
허물이 없으면 법도 없어
남 없으면 마음이랄 것도 없네
주체가 경계쫓다 멸하고
경계가 주체쫓다 침체했다 하나
주체로 말미암은 경계였고
경계로 말미암은 주체였네
주체니 경계니를 알겠는가
원래가 가없는 몸 뿐일세
가없는 몸 주체이자 경계이며
만상을 머금었다 하지만 
정밀하니 거치니가 없는데
주체니 경계니가 있겠는가
큰 도의 본몸은 가없어서
쉬움도 어려움도 없건만
소견좁아 여우처럼 의심하니
급하게 굴수록 더뎌지네
집착할수록 법도를 잃게 되어
삿된 길로 들어가게 되느니
스스로 이러-히 놓아 쓰면
본래몸엔 가거나 머묾없네
뜻대로 함 도리에 일치하면
번뇌를 끊어서 소요하나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 어겨
어둠에 잠기나니 좋아 말게
신기만을 괴롭힐 뿐인데
멀고 친함 어디에 쓰리오
일승 향해 나가고자 한다면
육진이라 꺼리지도 말지니
꺼려야 할 육진마저 없어야
정각을 누려서 같을걸게
지혜로운 이들은 함 없으나
어리석은 사람은 얽매이네
법이라는 법이 따로 없는데
망령되게 스스로 애착하니
마음가져 마음을 쓴다함이
어찌 큰 그르침이 아니겠나
고요하다, 어지럽다 미해서니
깨달으면 좋고 싫음 없어지네
일체의 상대적인 견해는
헤아리는 버릇들 때문일세
꿈같고 환같은 허공꽃을
어떻게 잡으려고 헛수곤가
득실이니 시비니 하는 것을
한 순간 내던져 버리게나
졸음으로 잠자는 일 없으면
꿈이란 것 스스로 없어지듯
마음마다 달라짐이 없으면
만법이 근본과 같을걸세
본래몸의 현묘한 씀 한결같아
우뚝히 인연을 잊어서
만법을 모두 갖춘 관함으로
회복되어 스스로 이러-하니
그러한 까닭에 나뉨없이
본뜨거나 비교할 수 없다네
그치고 동작하나 동작없고
동작하고 그치나 그침없어
동작이니 그치니도 없거니
하나인들 그 어찌 있을 건가
구경인 궁극에 이르르면
일정한 법칙이란 없어서
평등한 마음에 계합하여
짓는다는 곳마저 쉬어져
여우의심 다 없어진 청정이라
바른 믿음 고르고도 반듯하며
일체에 머무름이 없어서
기억해 둘 것도 없는지라
밝게 비어 스스로 비추어서
마음의 애씀이 없다네
생각으로 헤아릴 곳 없어서
식정으로 측량하기 어려우니
진여의 법계인 화장세계
남이니 나이니도 없다네
재빠르게 사무쳐 상응토록
오로지 둘아님을 말해 주어
둘 아닌 도리에 같게 하여
포용하지 못한 사람 없게 해야
시방세계 지혜로운 분들을
이 종지에 들어오게 한다네
종지에는 길고 짧음 없나니
한 생각 그대로 만년이라
있고 없음 이러-히 없어서
시방이 온통 다 눈앞일세
예와 지금 이러-히 없어서
삼세가 곧 일념일세
극히 작음 큰 것과 같아서
능과 소 온통 다 끊어졌고
극히 큼 작은 것과 같아서
갓이란 볼 수가 전혀 없어 
있음이 그대로 없음이며
없음이 그대로 있음이니
이같은 경지가 아니라면
따르거나 지키지 말게나
근본인 그대로 일체이며
일체인 그대로 근본이라
다만 능히 이러-히 한다면
마치지 못할까를 염려하랴
신심이란 둘 아닌 경지이며
둘 아닌 경지가 신심이다
말로써 이를 길 끊어져서
과거 현재 미래도 아니로세
 
 
- 삼조 승찬 대사 지음. 농선 대원 문재현 선사 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