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선대원선사법어
O 실상이란 안팎이 없는 것이거늘
어찌 남이 있을 것이며, 볼 수 있는 것이랴. 잡을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영원한 것이다. 알고 싶은가? 비우고 비워서 비울 것이 없을 때 분명한, 그 실체를 깨달아야 한다.
O 낳음 없는 낳음이라는 것은
안팎 없는 실체의 화현함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있어서 있는 것도 아니고 없어서 없는 것도 아니다.
O 함 없는 함으로 응하여 부족함이 없는 삶보다 더한 부귀는 없다.
O 둘 아닌 법이 일승의 이치이고
일승의 이치가 묘한 가운데의 묘함이며
이 묘함이 곧 법신의 묘함이라는 것이다.
O 없다라는 그 말 외에
그 어떤 생각도 붙이지 않는 데서
일념으로 참구하여
고요하고 고요한 경지가 되어도
없다를 끊이지 않고 참구하노라면
어느 한때 홀연히 깨칠 걸세.
O 참으로 철저하게 멈춰버린 허공으로도 비교될 수 없는
이 진공인 열반이야말로 일체의 참모습이다.
O 마음이 이러-하면 실로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계라는 것이 본래 공적하여 이러-히 전능함으로
베풀러 놓은 것이어서 능소인 경계가 아닐 뿐이다.
O 당초에 비워야 할 경계라는 것이 없어
마음에 비위야 할 것도 없다
모두가 자성의 화생일 뿐이다.
O 당초부터 자성의 실체는 형상이라는 것이 본래 없다.
형상이란 자성에서 비롯한 화생의 업으로부터
있게 된 것이나 끝내는 환원한다.
O 모양이란 모양을 여의고
이름이란 이름을 여의어
분명하게 그대로 아는 놈이
가없어 참다운 너니라
대도는 고요히 비어서
있거나 없음을 초월하니
비추거나 행하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맑게 하려고도 하지 말라
취하고 버림이 없어서
바람 탄 배같이 지낸다면
자연히 태평하게 되리니
이것이 곧바로 극락이라
언제나 이와 같은 도로써
현실을 대하고 응하여
생사의 꿈꾸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어 제도하세
O 불법의 근본 목적은 성품을 보아 대평등의 도리를 깨달아서 실행해 나가는
가운데에서 크나큰 자유를 누리는 영원한 현실을 구현, 아니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이 대평등의 실행 속에 대자유를 누리는 영원한 현실은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밖으로 향한 그 빛을 보고 듣는 당처로 돌이켜 비추어 사무쳐서, 나와 경계를 잊은 경지에 이르러
스스로 깨달아야만 하니, 이 깨달음으로 실현된 현실만이 단절이 없는 현실입니다.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중생들이 육신이라고 하는 것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하나의 생각이 일고 스러지는 허깨비놀이와 같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본연님 여러분! 안과 밖이 없는 참나로서 경계에 응할 때 안과 밖이 없는 그대로가 응하는 것입니다.
극락의 즐거움이란 이렇게 항상 둘이 아닌 경지에서, 언제나 있고 없는 상을 여의어,
생각이 일고 스러짐까지도 없는, 불가사의한 그대로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O 물들지 않은 생각을 무념이라 한다.
여섯 문으로 여섯 경계를 대하여 물든 것을
중생들의 생각이라 하고
여섯 문으로 여섯 경계를 대하여
이러-히 응해 자재함을
불보살들의 무념인 생각이라 한다.
이 무념인 생각의 행함을
함 없는 함이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