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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비유경과 안수정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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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하시원 2016. 11.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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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비유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쉬라바스티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때에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승광왕(勝光王)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대왕을 위하여 한 가지 비유로써 생사의 맛과 그 근심스러움을 말하리니, 잘 듣고 잘 기억하시오. 한량없이 먼 겁 전에 어떤 사람이 광야에 놀다가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겨 황급히 달아나면서 의지할 데가 없었소. 그러다가 그는 어떤 우물이 있고 그 곁에 나무뿌리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소. 그는 곧 그 나무뿌리를 잡고 내려가 우물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소. 그 때 마침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가 그 나무뿌리를 번갈아 갉고 있었고, 그 우물 사방에는 네 마리 독사가 그를 물려하였으며, 우물 밑에는 독룡(毒龍)이 있었소. 그는 그 독사가 몹시 두려웠고 나무뿌리가 끊어질까 걱정이었소. 그런데 그 나무에는 벌꿀이 있어서 다섯 방울씩 입에 떨어지고 나무가 흔들리자 벌이 흩어져 내려와 그를 쏘았으며, 또 들에서는 불이 일어나 그 나무를 태우고 있었소.”

 

왕은 말하였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면서 그 보잘 것 없는 맛을 탐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 광야란 끝없는 무명(無明)의 긴 밤에 비유한 것이요, 그 사람은 중생에 비유한 것이며 코끼리는 무상(無常)에, 우물은 생사에, 그 험한 언덕의 나무뿌리는 목숨에 비유한 것이요, 검은 쥐와 흰 쥐 두 마리는 밤과 낮에, 나무뿌리를 갉는 것은 찰나찰나 목숨이 줄어드는 데, 네 마리 독사는 4대(大)에 비유한 것이며, 벌꿀은 5욕(欲)에, 벌은 삿된 소견에, 불은 늙음과 병에, 독룡은 죽음에 비유한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알아야 하오. 생ㆍ노ㆍ병ㆍ사는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니, 언제나 그것을 명심하고 5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하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넓은 들판은 무명의 길이요.

달리는 사람은 범부의 비유이며,

큰 코끼리는 무상의 비유요.

그 우물은 생사의 비유이니라.

 

나무의 뿌리는 목숨의 비유요.

두 마리의 쥐는 낮과 밤의 비유며,

뿌리를 갉는 것은 찰나찰나로 줄어드는 것이요.

네 마리의 뱀은 네가지 요소이다.

 

떨어지는 꿀은 오욕(五欲)의 비유요.

벌이 쏘는 것은 삿된 생각의 비유며,

그 불은 늙음과 병의 비유요.

사나운 용은 죽는 고통의 비유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것을 관찰하여

생(生)의 재미를 곧 싫어하라.

오욕에 집착없어야

비로소 해탈한 사람이라 하나니

 

무명의 바다에 편한듯 있으면서

죽음의 왕에게 휘몰리고 있나니

소리와 빛깔을 즐기지 않으면

범부의 자리를 떠나는 줄 알라."

 

그 때에 승광대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생사의 근심스러움을 듣자 일찍이 알지 못했던 일이라 생사를 아주 싫어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마음으로 우러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큰 자비로 저를 위해 이처럼 미묘한 법의 이치를 말씀하였사오니, 저는 지금부터 우러러 받들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오. 대왕이여, 그 말대로 실행하고 방일하지 마시오.”

 

이때에 승광대왕과 대중들은 모두 다 환희하여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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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불설비유경 전문으로, 불설비유경은 게송을 빼면 가장 짧은 경전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불설비유경'에서 중생의 삶을 위와 같이 짧은 촌철살인의 비유로 표현하셨습니다. 삶의 실상이 이런 지경임에도 떨어지는 다섯 방울의 꿀을 받아 먹고 오욕락에 취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생사고를 잊고 살아가는 중생을 깨어나게 하셔서 해탈의 길로 이끌어주시기 위한 말씀입니다.

 

불설비유경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안수정등도 岸樹井藤圖]입니다. 언덕 안, 나무 수, 우물 정, 등나무 등, 그림 도입니다. 절에 벽화로 많이 그리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선사들은 이 비유에 대하여 "만약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으면 살아나가겠느냐?"는 물음에 각자 답을 하시는데, "꿈이니라."고 하신 선사도 있고 여러 답이 있습니다. 전강선사께서는 그냥 "달다." - 이 한마디를 하셨고 "이 답 외 뭐가 더 있냐."고 하셨습니다. 이 답에 당대 우리나라 선지식들이 모두 감탄했다고 하십니다. 이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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