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법을 하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정법안장의 진리는 마음 행할 곳이 멸하고 말길이 끊어져서 일체 이름과 형상이 없다. 이러한 현현하고 묘묘한 이치를 입으로 아무리 말을 많이 하더라도 말일 뿐이요 글로써 수없이 쓰더라도 다만 글일 뿐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매일 밥을 먹지만 밥의 참맛을 말로써 형용하기 어렵고, 장미의 향기를 맡고 그 향기소리를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49년 동안 설법하시고 최후에는 다자탑 앞에서 가섭존자와 좌를 나누어 앉아 계셨을 뿐이요, 또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대중에 보이시니 가섭존자는 미소하였을 뿐이요, 열반하실 때에는 니련하칙에서 곽 밖으로 두 발을 내보이셨을 뿐이다.
그리고 유마거사도 32명의 대보살과 더불어 말로써 문답을 하고 설법도 하다가 구경의 불이법을 설하게 될 때에는 묵언하였을 뿐이다.
이 법은 입을 열면 그르치고, 열지 않으면 잃어버리고, 열지도 닫지도 않는다면 십만 팔천 리나 어긴다고 하는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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