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선담))
- 운서주굉선사의 "선관책진" 중 '균주 황벽 희운선사 시중'-
대중들아, 너희들이 만약에 화두를 들어 미리 칠통(무명)을 철저히 타파하여 놓지 않으면 납월 30일(죽음)에 이르러 정녕 두렵고 초조하고 어지러울 것(열뇌황란)이 분명하니라.
외도들은 공부하는 사람을 보면 "아직도 저러고 있다"하며 냉소하나 내 그대들에게 묻노니, 갑자기 죽음이 닥치면 너는 무엇으로 생사를 맞서려 하는가?
모름지기 평상시에 힘을 얻어 놓아야 급할 때에 다소 힘을 더는 것이니, 마땅히 목마르기를 기다려 샘을 파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라. 죽음이 박도하여서는 이미 수족이 미치지 못하니 앞길이 망망하여 어지러이 갈팡질팡 할 뿐이니, 가히 딱하고 딱 하도다.
평소에 다만 구두삼매(구두선)만 익혀서 선을 말하고 도를 말하며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꾸짖고 제법 모두 해 마친 듯하나 이 때에 이르러서는 아무 쓸모가 없으니, 남은 속일 수 있으나 이때에 당하여 자기 자신은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형제들에게 권하노니 신체가 건강할 때 이 일을 분명히 해 두라. 대개 이 문의 빗장을 열기란 매우 쉬운 일이건만 그대들이 죽을 각오로 목숨을 내어 놓고 힘써 공부 하려고는 아니하고, 다만 어렵고 어렵다고만 하니 만약 진정한 대장부라면 어찌 이와 같으랴.
모름지기 대장부라면 저 공안(公案, 화두)을 간(看)하되 달정 스님이 조주선사에게 묻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묻자 조주선사가 "무"라고 했던 공안을 참구하고 참구하라. (운서주굉선사의 평: 반드시 "무"자 화두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뭣고", "만법위일일귀하처" 등 모든 화두가 좋으니 이 중 오직 한 개의 화두만 지켜서 오직 깨치기만 기약하라. 비록 의심하는 바는 같지 않지만 깨침인즉 둘이 없는 것이다.")
다만 26시중(2*6=12, 12때, 밤낮으로, 하루종일)에 이 "무"자를 참구하여 밤이고 낮이고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누우나 옷 입으나 밥 먹으나 변소에 가나(행주좌와 어묵동정) 생각생각 끊이지 아니하고 맹렬히 정신을 차려 저 "무"자(화두)를 지켜갈 것이다.
이리하여 날이 가고 해가 가서 세월이 깊어지면 공부가 타성일편(打 成一片, 한덩어리)이 되어 어느듯 홀연히 마음 빛이 활짝 밝아 불조의 기틀을 깨달아 문득 천하 노화상의 혀끝에 속지 않고 스스로 큰 소리를 치게될 것이다.
알고 보면 달마가 서쪽에서 왔다는 것도 바람 없는데 파도를 일으킨 것이오,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신 것도 오히려 한바탕 허물이라 할 것이라, 여기에 이르러서는 천성(千聖)도 오히려 입을 떼지 못하거든 하물며 어찌 염라노자(閻羅老子, 염라대왕)를 말 할까보냐.
대중들아, 다만 그것이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지 마라. 이 사이에 기특한 도리가 있다고 생각 하지마라. 매사에 일이란 마음있는 사람을 두려워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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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벽(黃檗)희운선사 :
(?~850) 법명은 희운(希運), 남악(南嶽)하(下) 4세(世).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의 법을 이었다. 일찌기 출가하여 여러곳을 유력하였는 데 이마에 자그마한 혹이 돋혔고 음성이 우렁차고 키는 7척에 의기가 충담하였다고 한다.
천태산과 경사에서 배우다가 마조(馬祖)를 찾아가니 벌써 입적한 뒤였다. 그래서 법을 받은 제자인 백장(百丈)을 찾아 마조의 평일 기연(機緣)을 물었더니 말하기를"내가 한번은 방장에 들어가니 화상이 선상에 놓여있는 불자(拂子 )를 들어 보이기에 내가 "다만 그것뿐이지 딴 것이 있읍니까?"하니 화상이 불자를 도루 선상에 놓으시면서 "네가 이후에 후래를 가르친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하겠느냐?"하시더라. 내가 그때 선상의 불자를 들어 보이니 말씀이 "다만 그것 뿐 딴 것이 있느 냐?"하기에 내가 불자를 도로 선상에 놓고 자리에 앉으려 하니 화상이 벽력 같은 "할"을 하셨는데 그때 내가 사흘이나 귀가 먹고 눈이 캄캄 하더라."하는 말에 황벽이 불각중에 토설(吐舌)하고 대오하였다.
하루는 백장이 묻기를 "어디를 갔다 오느냐?" "대웅산 밑에 가서 버섯을 따옵니다." "범을 안만났더냐? "황벽이 "으흥!"하고 범이 물려는 형세를 지으니 백장이 도끼로 찍는 시늉을 하는 것을 황벽이 덤벼들어 한번 쥐어박았다. 백장도 한 차례 쥐어박고 크게 웃으며 돌아갔다. 그날 백장스님이 상당설법에서 말하기를 "대웅산 아래 큰 범이 있으니 대중은 조심하라. 내가 오늘 한번 물렸다."하였다.
그후 백장의 법을 받아 가지고 여러 곳으로 다니며 형적을 숨기고 지냈다. 한번은 용흥사(龍興寺)에 와서 쓰레질이나 하면서 머물고 있었는데 홍주자사 (洪州刺史)배휴(裵休)가 왔다. 배휴는 법당 벽 그림을 가리키며 " 저것이 무엇이요?" 안내하는 스님이 "고승의 상(像)입니다." "형상인즉 볼 만 하나 고승은 어데 있소?"스님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하니, 배휴"이 절에 선 승(禪僧)이 없소?""근자에 한 중이 와 있는데 선승같이 보입니다." 휴는 그 중을 불러오라 하였다. 바로 황벽이다.
배휴는 다시 앞서의 말로 물으니 황벽이 즉시에 큰 목소리로 "배휴!"하고 불렀다. 휴는 엉겁결에 "네!"하니, "어느 곳 에 있는고?"하는데서 배휴가 활연 계합하였다. 휴는 그 자리에서 제자의 예 를 드리고 사제에 모시고 조석으로 문법하였다.
그 후 배휴의 청으로 완능(宛陵)의 개원사(開元寺) 홍주 대안사(大安寺)에 있으면서 크게 교화하니, 법중이 항상 천여명이 넘었다. 법을 이은 제자가 12 인이 있는데 그중에 임제(臨濟)스님이 있다. 지금 여러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완릉록(宛陵錄)과 전심법요(傳心法要)는 선사법어를 배휴가 기록한 것이다. 시호(諡號)는 단제(斷際)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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