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선담))
- 전강선사 해인사 첫 상당법문 일화 '자연적이냐 천연적이냐'-
전강선사께서 상기병으로 인한 출혈로 인해서 승복을 벗고 머리를 기르고 자연치유를 하고 계실 때, 홍도여관에서 급사 아닌 급사 노릇을 하며 합천 해인사를 드나들던 시절이다.
하루는 초파일이 되어 해인사에 많은 강사들이 고운 옷을 입고 법문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초파일이라 수천 수만 인파가 모여든 데에서 전강선사가 긴 머리를 하고 급사의 옷에 아래위 맞지 않고 떨어진 옷 그대로 자칭 우스운 꼴을 하고, 고경스님이 법문을 하러 오르려고 할 때 누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법상에 오르려는 강사 고경스님을 제치고 법상에 오르셨다.
법상에 오른 뒤 주장자를 들어 내려 친 뒤 "어억" 할을 하시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령하듯 단박에 즉석법문을 거침없이 쏟아놓으셨다.
"자연적이냐, 천연적이냐, 만 겁의 현안인 천지의 비밀이냐. 자연도 아니요, 천연도 아니요, 만 겁의 현안인 천지의 비밀도 아니니라.
선천도 무기시요, 후천도 무기종이라. 선천에도 시작이 없고, 후천에도 마침이 없느니라.
무슨 물건이 이런 물건이 있는가.
여기에 대답하면 설법할 자격이 있고, 여기에 대답하지 못하면 설법할 자격이 없으니 나에게 물어라."
하늘을 두르고 땅을 덮을 선기로 넘치는 법문에 강사들은 누구도 입도 뻥긋 못했다. 하물며 법상에 오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전강선사가 법문을 이어가셨다.
" 이 물건이 누구에게라고 없겠는가, 사람 사람마다 다 갖추었느니라. 어찌 사람 사람만 갖추었겠는가, 삼라만상이 다 갖춘 진리다. 진리는 영존이요, 영존진리니라.
나라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이냐. 이것을 모르고 사는가. 이것을 모르고 어디를 향해 사느냐.
이 몸뚱이에만 애착해서 생노병사하는 것에 묶여있구나. 이 몸뚱이로 해서 온갖 죄를 짓고 무간지옥으로 떨어지는구나.
본래 없는 것이건만 어떻게 이것이 내 몸이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몸으로 온갖 죄업을 짓고 있는가. 눈 한번 깜박하면 아비지옥이다.
저 소를 보아라. 결국엔 도살장에 끌려가는 신세가 된다. 우리는 더하다. 무간지옥이 눈앞인데 어찌 등한히 하랴.
마누라를 천 년을 보고 미치면 무엇 하는가. 자식을 만 년 들여다 보면 무엇 하는가. 만 년을 다 살면 다시 생노병사에 거꾸러질 것을...
깨닫지 못하면 아비지옥이 눈앞에 있느니라."
라고 법문을 하셨다.
법문이 끝나자 모든 이들이 법에 환희심을 내며 기뻐하였고, 우스운 꼴을 한 전강선사의 겉모습은 눈에 온데간데 없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전강선사를 찬탄하고 법을 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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