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문수보살과 무착선사 이야기 -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18. 5. 9. 21:45

본문

 

항주의 무착문희(無着文喜;821-900)선사는 일곱 살에 출가하여 항상 계율을 익히고 경학에 열중하였다. 뒤에 대자산의 성공(性空)선사를 만나 여러 지방의 다른 사찰들을 두루 참배할 것을 권유받았다.

 

무착은 곧바로 오대산 화엄사의 금강굴에 이르러 한 노인이 소를 끌고 가기에 그를 따라 사찰에 들어갔다.  노인은 균제(均提)동자를 불러 소를 놓아주고 무착을 데리고 절에 들어갔다.

절들은 모두 금빛으로 되어 있었다.

 

 

노인과 무착선사가 마주 앉자 노인이 물었다.

 

 

 

“어디에서 옵니까?”

“남방에서 옵니다.”

 

 

“남방의 불법은 어떻습니까?”

“말법의 비구들이 계율이나 조금 지키고 살아갑니다.”

 

 

“대중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혹 삼백 명도 되고 혹 오백 명도 됩니다.”

 

 

다시 무착이 노인에게 물었다.

 

 

“이곳의 불법은 어떻습니까?”

“용과 뱀이 함께 있고 범부와 성인이 같이 삽니다[龍蛇混雜 凡聖同居].”

 

 

“대중들은 얼마나 됩니까?”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입니다.”

 

 

노인은 동자를 불러 차와 소락을 대접하게 하였는데 무착은 그것을 먹고 마음이 환하게 열리고 상쾌하여졌다.

 

노인은 다시 파리로 된 찻잔을 들고,

 

 

“남방에도 이러한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평소에 무엇으로 차를 마십니까?”

 

그러나 무착은 대답이 없었다.

 

날은 저물었고 하여 노인에게 물었다.

 

 

“하룻밤을 묵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그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투숙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집착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그대는 일찍이 계를 받았는가?”

 

“계를 받은 지는 오래입니다.”

“그대에게 만약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왜 계를 받았는가?”

 

 

무착은 물러나오고 노인은 동자에게 무착을 전송하게 하였다.

 

무착이 동자에게 물었다.

 

 

“전삼삼 후삼삼이 얼마나 되는가?”

 

그러자 동자가 “스님”하고 불렀다.

 

무착이 “왜 그러느냐?”하고 대답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됩니까?”

 

 

무착은 다시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여기는 금강굴 반야사입니다.”

 

 

무착은 처참하였다. 그 노인은 문수보살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동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한 말씀 가르침이 있기를 빌었다.

그것으로 이별의 정을 달래었다.

그 때 동자가 들려준 게송이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아름다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일세.

 

 

말이 끝나자 균제동자도 절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다만 오색 구름 가운데 문수보살이 금빛 사자를 타고 노닐었는데 홀연히 흰 구름이 동쪽에서 와서 감싸 버리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일로 인하여 무착은 오대산에서 주석하게 되었다.

 

 

무착선사는 문수보살을 직접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더욱 정진하여

마침내 앙산(仰山) 선사의 법을 받아 깨치고 대자유인이 되었다.

 

 

어느 해 겨울, 무착스님이 동지팥죽을 쑤는데 김이 나는 죽 속에서 문수보살의 모습이 거룩하고 장엄하게 나타났다. 그러자 무착스님은 팥죽 젓던 주걱으로 사정없이 후려쳤다.

 

문수보살은

 

"내가 바로 자네가 그리도 만나고자 했던 문수라네 문수” 라고 말했다.

 

무착스님은

“문수는 네 문수고 무착은 내 무착이다. 석가나 미륵이 나타날지라도 내 주걱 맛을 보여주겠다” 하니 문수보살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