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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벽어록을 쓴, 황벽선사의 재가제자 '배휴'와 그의 쌍둥이 동생 '배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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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하시원 2018. 5. 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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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벽어록을 쓴, 황벽선사의 재가제자 '배휴'와 그의 쌍둥이 동생 '배탁'의 이야기-

 

배휴는 당나라에서 영의정을 지낸 이로, 황벽선사를 만나 재가제자가 되어 황벽선사와 나눈 대화를 적어 황벽선사어록인 전심법요와 완릉록을 남긴 사람이다.

 

배휴와 배탁은 등이 붙은 샴쌍둥이로 태어났다. 부모가 칼로 등을 갈라 약을 바르고 치료해서 키웠다. 살이 많이 붙은 배휴가 형이 되고 적은 배탁이 동생이 되었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두 형제가 외삼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는데 배탁은 혼자 어디론가 떠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어느날 일행선사라는 대덕 스님이 외삼촌을 찾아왔다가 배휴를 보고는 외삼촌에게 배휴를 집밖으로 내보라고 하였다. 박복한 상으로 거지가 될 아이로 배휴를 계속 집에 두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였다.

 

배휴는 옆을 지나다가 우연히 이 대화를 들었다. 자신때문에 외삼촌을 망하게 할 수 없어 집을 나와 거지가 되었다.

 

사방을 돌아다니던 중 하루는 목욕탕에서 옥으로 만든 대가 떨어진 것을 보았다. 비록 거지이나 욕심내지 않고 이 좋은 보배를 누가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겠나 생각하여 잃어버린 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 옥대를 잃어버린 이는 죽을 죄를 지은 삼대독자 아들을 둔 어머니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전 재산을 팔아서 이웃나라에까지 가서 이 옥대를 구해 온 것이었다. 어머니가 옥대를 바치러 가는 길에 목욕을 하러 왔다가 잃어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절망하였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욕탕으로 와서 거지인 배휴에게 물었다.

 

배휴는 찾으러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니 가지고 가시라고 하였다. 거지라면 당장 팔았을 것인데 보물을 지켜 준 것이 고마워 치하를 하고 옥대를 가지고 가서 결국 아들을 살렸다.

 

그 후 배휴가 외삼촌집에 들르니 마침 그 일행선사가 와 있었다. 일행선사가 배휴를 보더니 "애야, 네가 정승이 되겠구나." 하였다.

 

언제는 거지가 된다더니 이번에는 왜 정승이 된다고 하느냐고 물으니 마음상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배휴가 옥대를 찾아 준 이야기를 하니 그래서었구나 수긍을 하였다. 귀한 목숨을 살려 상이 바뀐 것이다.

 

배휴는 이 후 그 스님의 말씀처럼 정말 당나라 영의정이 되었다. 정승이 된 배휴가 절에 있는 조사를 모신 영각에 가서 조사들의 영상을 보고 스님들에게 물었다.

 

"선사의 영상은 저기 걸렸는데 선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스님들이 답을 하지 못하고 황벽선사에게 데리고 갔다.

 

배휴가 황벽선사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다.

"선사의 영상은 저기 걸렸는데 선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황벽선사가 벽력같은 목소리로 "배휴야"하고 배휴를 부르자 배휴가 "예"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황벽선사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디에 있느냐?"

이에 배휴가 돌연 도를 깨쳤다.

 

이후 배휴는 황벽스님을 도와 불교를 외호하고 불경 서문을 많이 썼다. 황벽선사와 나눈 대화를 어록으로 써서 전하여 후세에 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경허선사가 편집한 '선문촬요'에도 배휴가 쓴 '완릉록'과 '전심법요'가 있다.

 

배휴는 정승이 되고 보니 어릴 때 헤어진 동생이 생각이 나서 계속 동생을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는데 뱃사공이 웃옷을 벗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등을 보니 자신과 같은 상처가 있었다.

 

혹시 동생이 아닌가하여 "배탁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 뱃사공은 "배탁이올시다."라고 답하였다.

배휴가 "내 동생이 아니냐?"고 하니 "맞다."고 하였다.

 

"내가 정승이 된 줄 몰랐느냐?"

"알기는 벌써 알았습니다."

"그럼 왜 찾아오지 않았느냐?"

"형님이야 형님 복에 정승이 되어 잘 먹고 잘 살지만 나는 형님 덕에 잘 지낼 것이 있습니까? 그래서 배를 하나 마련하여 오고가는 이들을 건너게 해주고 있습니다."

 

배탁은 이렇게 답하고는 배휴가 함께 가자고 하여도 한사코 거절하고 따라가지 않았다. 형님복은 정승이 될 복이나 자신은 이렇게 넓은 산과 물을 벗삼아 오가는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형님의 정승지위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배휴는 전생에 많은 수행을 한 사람이고 배탁도 영욕을 초월하여 멋을 아는 사람이다. 정말 한 고비 넘긴 사람들이다.

 

-경봉선사 설법집 '니가 누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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