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마방의 서문 - 성철스님 평석
황벽산에서 황벽스님으로부터 일찍이 임제스님은 호되게 몽둥이를 맞고
대우스님 옆구리에 비로소 주먹질할 수 있었네
황벽스님의 간절한 노파심을 깨우쳐준 대우스님은
오줌싸개 못된 아이라고 임제스님을 나무라고
이 미친 놈이 다시 와 범의 수염을 잡아당긴다고 황벽스님이 고함치네
바위 골짜기에 소나무 심는 것은 뒷사람을 위한 본보기요
괭이로 땅을 파니 하마터면 황벽스님과 유나가 생매장 당할 뻔했네
후배를 인정하다 황벽스님은 수좌의 타박에 돌연 자기 입을 쥐어박았네.
임제스님은 황벽스님을 하직하며 책상을 불사르라 하고
천하 노화상들의 혀를 끊으리니 황벽스님은 가져가라 하네
하남 아니면 하북으로 교화하러 가겠다고 임제스님이 말하고
옛 나루터 부근 임제원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건네주며 제도하였네
요긴한 나루터를 단단히 지키고 앉았으니 만 길이나 깎아지른 절벽 같았도다
사람과 경계를 빼앗아 뛰어난 기봉의 선객들을 길러내고
삼요와 삼현으로 운수납자들을 단련시켰네
항상 집안에 있으면서 길 가운데를 떠나지도 않으니
무위진인이 바로 얼굴로 드나드는구나
양당 수좌가 동시에 고함치자 주인과 손님이 분명히 구분되고
비춤와 작용이 함께 하니 앞뒤가 본래 없도다
거울이 만상을 비추고 빈 골짜기가 메아리를 잘 전하니
미묘하게 응대하여 법을 펼치니
모든 경계에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도다.
옷깃을 떨치며 남쪽으로 내려가 대명부에 이르니
홍화의 존장스님이 법을 이어받고 임제스님을 동당에 모셨도다.
가진 물건은 구리 물병과 철 발우뿐이요 동당 문 걸어 닫고 입다무니
늙은 소나무 한가로이 구름은 떠돌고 걸림 없이 유유자적하도다
홀로 벽을 보고 앉은 지 오래지 않아 은밀히 법 부촉하고 임종에 들려 하심이여
나의 정법을 누구에게 전할까 눈먼 나귀에게서 없어지는구나
원각종면 노스님이 이제 임제록을 널리 유통시키니
내용을 자세히 점검해 보건데 참으로 틀임없도다
오직 한마디 할을 남기노니 오히려 헤아려 보아야 할지니라.
바라노니 안목 갖춘 선객들은 부디 임제스님의 가르침을 잘못 전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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