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부유하며 귀하고 천함을
앞세상 지은 것이라 말하지 말라
순임금은 역산에서 밭을 갈았고
부열은 부암에서 집을 지었다
왕과 제후 그리고 장군과 재상이
본래 정해진 종족이 없으니
범부가 만약 마음을 돌리면
드러난 이 세상에서 부처 이루리
부처님께서 본래 청정함을 말했으나
중생으로 듣는 이들 웃어버리고
삼승은 긴 세월 닦아야
비로소 등각 묘각에 오른다 말하네
그 어찌 세 기나긴 겁 가운데서
누구가 삶고 태워짐을 면하도록 할 건가
닦음과 닦을 것 없음 논하는 것이
마음을 스스로 비추어 살핌만 같지 않아라.
사람 사람 마음의 생각은 커서
세간에는 견줄 물건이 없네
허공은 생각 가운데 창이요
세계는 허공 가운데 뼈이니
한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삼세가 다 비어 고요하도다
밖으로 구하는 자에게 말해주나니
자기성품은 얻는 바가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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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無益頌(십무익송)
1. 心不返照(심불반조) 看經無益(간경무익)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지 않으면 경전을 읽어도 이익이 없다.
2. 不達性空(불달성공) 坐禪無益(좌선무익)
성품이 공함을 사무쳐 깨닫지 못하면 좌선을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3. 不信正法(불신정법) 苦行無益(고행무익)
정법을 믿지 아니하면 고행을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4. 不折我慢(부절아만) 學法無益(학법무익)
아만을 꺾지 못하면 불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다.
5. 欠人師德(흠인사덕) 濟衆無益(제중무익)
다른 사람들의 스승 자격 없으면 대중을 거느려도 이익이 없다.
6. 內無實德(내무실덕) 外儀無益(외의무익)
안으로 실다운 덕이 없으면 밖으로 위의를 세워도 이익 없다.
7. 心非信實(심비신실) 巧言無益(교언무익)
마음이 진실하지 아니하면 말을 잘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8. 輕因望果(경인망과) 求道無益(구도무익)
원인을 가벼이 여기고 결과만 바라면 도를 구하여도 이익이 없다.
9. 滿腹無識 (만복무식) 驕慢無益 (교만무익)
뱃속에 무식만 가득하면 교만하여 이익이 없다.
10. 一生乖角(일생괴각) 處衆無益(처중무익)
일생 동안 자기의 고집을 버리지 못하면 대중과 함께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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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매인오선사는 서산청허조사의 제자로, 사명대사와 함께 임진전쟁에 참여하였다. 비록 전장에서 홍진만장을 누빈 선사이되 연꽃이 진흙에 물듦이 없듯, 선사는 삼신산 같이 때 묻음 없고 삼신산 같이 민중의 대지 위에 우뚝 솟구친 분인 것이다. 전쟁 후 변산 월명암, 연곡사, 남원 실상사, 영원사에 머물렀고 지리산 일대 아란야에서 수행하고 지리산 도솔암을 세우고 제자들을 지도한 기록이 있다. 마하가섭처럼 두타행으로 으뜸인 선사로 가난하고 검박한 산사람이지만 오백상자의 책이 있다고 할 정도로 경서에도 밝았다. 조사선 가풍에 철저했던 선사로 청매문집에는 선정지혜의 고요하고 밝음이 중생의 아픔과 고통에 늘 함께 한다는 일관된 흐름이 있고, 조사의 공안법문을 노래하고 선시가 가득하다. 혜암큰스님께서 청매스님의 뜻을 흠모하여 정견스님과 함께 지리산 청매토굴에 현재의 도솔암을 불사했고 정견스님도 그 뜻을 이어가 지리산에 청매선사의 이름을 딴 청매암을 짓고 주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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