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 어느날 빛에 따라 달라지는 마니주를 오방천왕들에게 보이시며 물으셨다.
"이 구슬이 무슨 빛깔이냐?"
오방천왕들이 제각기 다른 빛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세존께서 구슬을 소매 속에 숨기시고 손을 흔들면서 말씀하셨다.
"이 구슬은 무슨 빛깔이냐?"
천왕들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손에는 구슬이 없거늘 어디에 빛깔이 있겠습니까?"
이에 세존께서는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찌 그다지 심하게 미혹한가? 내가 세간 구슬을 보일 때엔 제각기
청황적백흑 등의 빛이 있다고 우기더니, 내가 참구슬을 보이니 전혀 모르는구나."
이에 오방천왕들이 모두 도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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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련이 송하였다.
손에 가득히 들고서 물어봤으나
모두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네.
배주인이 재주와 지혜가 많아서
곤륜에게 보배를 가려 오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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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두는 종문통요에서 나온 것이다.
"빛을 따라 달라지는 마니주를 .... 보였다."함은 단하의 완주음에서는
"해도 밤을 비추지 못하고 거울인들 어찌 뒤를 비추리요.
그러나 이것만은 그렇지 않아서
뚜렷이 밝고 확 트이게 꿰뚫었도다."라 하였으니,
마니주야말로 오직 둥글고 맑고 밝은 체성이며
가볍고 부드럽고 깨끗하고 맑으니,
이 한 보배로 불성을 비유함이 옳지 않겠는가?
다만 오방천왕들이 제각기 다른 빛을 말한 뒤에야 진짜 마니주를 지적해 보인 것은
소리와 빛을 따르는 미혹하고 전도된 망정을 깨뜨려 주기 위한 것이다.
마니란 이곳말로 번역하면 무구광이라 하고, 이구 여의라 하기도 하는데
논에서는 "마니는 대부분 용의 골 속에 있는데 복이 있는 중생이 자연스레 얻는다."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여의주와 같아서 항상 온갖 보물과 의복과 음식을 원하는대로 얻을 수 있으니,
이 구슬은 독이 해치지 못하고 불이 태우지 못한다."고 하였다.
원각경에서는 "비유하건대 청정한 마니보배가 5색에 비쳐서 방향을 따라 각각 나타나면
모든 어리석은 이들은 그 마니보배에 실제로 5색이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이,
청정한 원각의 성품에 몸과 마음이 나타나서 종류에 따라 제각기 나타나면
어리석은 이는 청정한 원각에 실제로 그와 같은 몸과 마음의 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오방천왕들이 제각기 다른 빛으로 보인다 했다"고 함은
과연 각기 자신의 옷에 따라 각기 빛을 발한 것이요,
"이에 세존께서 구슬을 소매 속에 숨기시고..."라 함은
진짜 구슬을 제시해서 근원인 불성을 지적해 보인 것이요,
"천왕들 말하였다. '부처님 손에는 구슬이 없다'"라 함은 더욱 잘못되는 것이다.
"세존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찌...'"라 한 것은
이른바 황금빛 주먹을 드실 때에 당장에 본래의 밝음을 알아야 할 터인데,
때묻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여 여전히 도적을 아들로 잘못 안다는 격이다.
'도적을 아들로 잘못 안다'함은 무의자 송에 "둥글고 밝은 구슬 한 개 보여 주실 때
파도는 없고 둥근 달만 밝았네. 천왕의 깨달음은 어찌 그리 더딘고
보배를 식별하는 데는 벽안호여야 하느니라."하였다.
"오방천왕들이 모두 도를 깨달았다"라고 함은
참 구슬을 깨달은 것인가,
세간의 구슬을 깨달은 것인가?
손을 흔드는 자리가 곧 참구슬임을 이미 깨달았다면
빛을 따르는 마니주를 보인 곳인들 어찌 세간의 구슬이겠는가?
만일 이 도리를 깨닫지 못하면
빛을 따르는 마니주를 보인 곳이 세간의 구슬이라거나,
손을 흔드는 곳도 세간의 구슬이라고 말하지 말지니라.
- 선문염송설화 1. 혜심 각운 지음. 김월운 옮김. 동국역경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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