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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록 도신대사와 법융선사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23. 6. 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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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정관(貞觀) 때에 4조 (도신대사)가 산으로 들어 가니 대사(법융선사)가 단정히 앉아서 태연자약하게

돌아 보지도 않았다.

 

조사가 물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마음을 관조합니다."

"관조하는 것은 누구이며 마음은 어떤 물건인가?" 

대사가 대답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절을 하고 말했다.

 

"대덕(大德)은 어디에 계시는 어른이시오?" 

조사가 대답했다. 

"빈도는 일정하게 사는 곳이 없이 동서남북으로 다니오." 

"그러면 도신대사를 아십니까?" 

"어째서 그를 물으시오?" 

"오랫동안 덕음(德音)을 들어와서 한번 만나뵙기가 소원입니다." 

"내가 도신이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일부러 만나러 왔소. 이 밖에 쉴 만한 곳이 없소?"

"따로 작은 암자가 있습니다."

 

대사가 뒤쪽을 가리키면서 조사를 이끌고 암자로 가니

암자둘레에는 호랑이들만 우글거렸다.

조사가 두 손을  들면서 겁내는 시늉을 하니 대사가 물었다. 

"아직도 그런 것이 남았습니까?" 

조사가 되물었다.

"지금 무엇을 보았는가?" 

대사가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있다가 조사가 돌 위에다 '佛'자를 쓰고 그 위에 앉자

대사가 이를 보고 송구히 생각하니 조사가 물었다. 

"아직도 그런 것이 남았는가?" 

대사가 깨닫지 못해 머리를 숙이고 참 법문을 말해주기를 청했다. 

조사가 대답했다.

 

 " 백천 가지 법문이 모두가 마음(方寸)으로 돌아 가고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묘한 공덕이 모두가 마음 근원에 있다.

온갖 계율, 선정,지혜,해탈의 법문과 신통변화가

모두 제대로 구족해서 그대의 마음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온갖 번뇌와 업장이 본래 공적하니 인과라는 것이 모두 꿈과 같다.

삼계(三界)를 벗어날 것도 없고 보리를 구할 것도 없다.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성품과 형상에 있어서 평등하고 

대도(大道)는 비고 넓어서 생각과 걱정이 끊어졌다.

이러한 법을 지금 그대는 얻었다. 

조금도 모자람이 없으니 부처와 무엇이 다르랴? 

다시 딴 법이 없으니 그대는 그저 마음대로 자유로이 하라. 

관(觀)과 행(行)을 짓지도 말고 마음을 맑히려 하지도 말고,

탐욕과 성냄을 일으키지도 말고 근심 걱정도 말라.

  

벽없이 넓고 넓으니 걸림없이 마음대로 자유자재하라. 

모든 선을 짓지도 말고 모든 악을 짓지도 말라.

다니고 멈추고 앉고 누움에 보는 것,

만나는 일이 모두 부처의 묘한 작용으로서

진정으로 즐겁고 근심이 없나니

그러므로 부처라한다."

 

- 대원 문재현 선사의 '바로보인 전등록' 제1권 174쪽 법융선사 편. 정맥선원 카페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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