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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중 종경록 75권 9판 - "지말을 보면 근본을 알 수 있다"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20. 5. 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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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등론'에서 말하였다.

"또한 중음(中陰)은 없다는 것은 말하자면 사유(死有)로부터 상속해 생유(生有)에 이르기까지는 경을 전수해 주는 것과 같고, 등불을 전하는 것과 같으며, 도장을 찍는 것과 같고, 거울에 형상이 나타나는 것과 같으며, 허공의 메아리와 같고, 물속에 비친 해와 달의 그림자와 같으며,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과 같고, 사람이 신 것을 보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다음 몸이 상속하여 일어났을 때는 왕래하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전해주는 중임신(中陰身)은 없다. 이런 까닭에 지혜로운 자라면 이와 같이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식(識)은 업(業)에 의탁하여 나타나고, 경계는 마음을 좇아 생긴다. 칼날이 예리한 도산지옥을 누가 단련하였는가? 공덕수를 머금은 꽃은 저곳에서 피지 않는다. 결과를 변별하면 원인을 알고, 지말을 보면 근본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마음이 부처를 만들고 마음이 중생을 만들며, 마음이 천당을 만들고 마음이 지옥을 만든다. 마음이 달라지면 천차만별의 경계가 다투어 일어나고 마음이 평온하면 법계가 평탄하며, 마음이 범부이면 3독에 얽히고 마음이 성인이면 6신통이 자재하며, 마음이 비워지면 하나의 도가 청정하고 마음이 있으면 만 가지 경계가 종횡한다. 빈 골짜기가 소리에 응답하듯 말이 웅장하면 메아리도 우렁차고, 거울이 형상을 비추듯 형상이 굽으면 모습도 오목하니, 이로써 온갖 행이 마음을 따르고 일체가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이 공허하면 바깥은 끝내 충실하지 못하고 바깥이 세밀하면 안은 끝내 거칠지 않으니, 선한 인은 결국 선한 연을 만나고 악한 행은 악한 경계를 만나기 어렵다. 구름과 노을을 밟고 감로수를 마시는 것이 남에서 전수받는 것이 아니고, 화염 속에서 눕고 피고름을 빠는 것이 모두 자기가 만든 것이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다. 다만 최초의 일념에 따라 올라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니, 바깥을 안온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저 안을 고요히 하라.

 

마음이 비워지면 경계가 고요하고 생각이 일어나면 일체법이 생겨난다. 물이 혼탁하면 파도도 혼탁하고 호수가 맑으면 달빛도 영롱하다. 수행의 요점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이것을 온갖 미묘함이 나오는 문이고 많은 신령함의 창고이며 올라가고 떨어짐의 근본이고 화와 복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 그저 자기 마음을 바르게만 한다면 어찌 다른 경계를 의심하겠는가." 

 

- 선림고경총서 2집 명추회요 종경록 촬요본 회당조심 선사 엮음 벽해원택 감역 장경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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