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이 고요한 이익 1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이 생겨 이럴까 저럴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문득 새벽에 잠에서 깨어 고요히 앉았노라면, 옳고 그른 것과 찬성하고 반대할 것이 홀연히 분명하여 이전에 잘못했던 일들이 이 때 모두 나타나곤 한다.
이를 보면, 여태껏 심성을 분명히 보지 못한 것은 모두 바쁘고 어지러운 마음이 본체를 가렸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고인이 말하기를 "마음이 고요하면 진여성을 본다."했으며, 또 "성품의 물이 맑으면 마음의 구슬이 저절로 드러난다."했으니 어찌 빈 말씀이겠는가?
2. 뜨거운 물에 크게 덴 후 3
나도 평소 병중공부(病中工夫)에 대한 말 중에, 필릉가바차(능엄경에 나오는 비구)가 말한 "진실로 깨달으면 몸을 잊어버린다." 한 것이나, 마조 대사의 "병들지 않는 자가 있다." 한 것이라든지, 영가대사가 말한 "비록 칼을 맞더라도 항상 편안하며 설사 독약을 마시더라도 또한 한가롭다."고 한 것도 알고 있었다. 또한 승조법사가 말한 "사대(四大. 地水火風)가 본래 공하고 오온도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한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발을 헛디뎌 뜨거운 물 속에 빠지는 액난을 당한 후, 처음부터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처럼 온몸이 쓰라리고 아프기만 한데 몸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무슨 말이며, 나는 지금 분명히 병들어 있는데 병들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말이며, 칼과 독약으로 살갗을 도려내는 듯한데 편안하고 한가롭다는 말은 대체 무슨 소리며, 사대와 오온이 실제 나의 몸인데 본래 공하여 있지 않다는 것은 또한 무슨 말인가?
이렇게 평소의 간혜(乾慧. 참다운 깨달음을 얻지 못한 얕은 지혜)로는 도무지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으니, 만약 선정의 힘이 없다면 죽음 문에 복종할 수밖에 없고 저 구두삼매(口頭三昧. 진실한 수행없이 글자나 말만을 희롱하는 선)로는 스스로를 속일 뿐임을 알 수 있었다.
아. 노력하고 힘써야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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