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전생에 설산동자로 지내실 때 청정한 설산에서 고행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 是生滅法)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음이 없나니 일체가 생멸법이라 나고 죽는 법이니-
설산동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어디에서 이렇게 훌륭한 법문이 들려오는가? 어디에서 이와같은 반쪽의 여의보주가 쏟아졌는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흉측한 나찰귀신만이 저쪽 바위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혹시 당신께서 조금 전에 노래를 부르셨습니까?"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 헛소리를 했는지도 모르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삽니까?"
"놀라지 마시오. 나는 산 사람의 따뜻한 고기와 피를 먹고 사는 나찰귀신이라오."
"조금 전에 설한 법문은 반쪽밖에 안되니 나머지 반쪽도 들려주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기꺼이 이 몸을 드리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겠소."
"내가 당신께 이 몸을 보시한다는 것을 천지신명께 맹세하겠소."
"그렇다면 잘 들으시오. 행자여."
-생멸멸이 적멸위락(生滅滅已 寂滅爲樂) 생멸 그 자체가 사라지면 영원한 열반락이라-
나머지 게송을 듣고 난 뒤 행자는 이 훌륭한 게송을 죽기 전에 꼭 전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나무와 돌, 땅 등 보이는 곳마다 부지런히 게송을 썼다.
그 다음 나찰귀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높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시방제불(十方諸佛)이시여, 일언반구(一言半句)를 위해 이제 이 몸을 버리오니 저를 증명해 주소서."
그리고는 나찰의 입을 향해 뛰어내렸다.
바로 그 순간 나찰귀신은 제석천왕으로 변하여 설산동자의 몸을 허공에서 살며시 받아 땅에 내려놓았다.
제석천왕을 비롯한 여러 천인들은 설산동자의 발 아래 예배하며 찬탄하였다.
"장하여라. 당신은 진정한 보살입니다. 무명 속에서 법의 횃불을 켜고 한량없는 중생의 이익을 구하려 하십니다. 저희는 여래의 높은 법을 지극히 아끼옵기에 시끄럽고 번거롭게 하였사오나. 참회하는 정성을 받아 주시고 무상대도를 이루어 저희를 제도해 주소서."
제석 천왕과 모든 하늘 대중들은 설산동자에게 예배하고 사라졌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전생의 설산동자 시절, 반 게송을 얻기 위해 몸을 버린 인연으로 성불의 시기를 12겁(劫)이나 앞당겨, 미륵보살보다 먼저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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