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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상군의 눈물 - 도림법전선사 '누구없는가' 중에서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20. 9. 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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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을 겸비한 맹상군은 황제의 조카였다. 문장 잘 하고 호걸이라 그의 집에는 수백명의 식객과 과객이 있었다. 어진 부인에다 자식들도 걱정시키는 일을 하지 않았다. 천하의 호걸을 뽑으라고 하면 단연 맹상군일 만큼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검은 보퉁이를 등에 맨 풍류객 한 사람이 그의 집에 들렀다. 궁궐처럼 호화로운 집에 잘 생긴 맹상군의 얼굴을 보자 속으로 감탄하면서 풍류객이 문득 물었다.

"군께서는 평생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저런 천하의 호걸이 울어본 적이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물어본 것이었다.

맹상군은 그때 "평생에 이마 한번 찡그려본 적도 없소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풍류객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제가 군을 한번 울려보면 어떻겠습니까?"
"울 일이야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한번 울려보시오."

이때 풍류객이 보따리를 끌러 옥퉁소를 불고 나서는 시를 한 수 읊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니
세상사 뜬구름과 같아라.
고분을 만들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에
산은 적적하고 달은 황혼이더라.

이 시를 듣고 평생에 단 한 번도 울 일이라곤 없었던 맹상군은 그만 울어버렸다. 죽은 뒤 시신을 묻고 나면 산은 적적하고 황혼인데 산속 무덤에 홀로 누워 있을 자신을 생각해 보라는 시를 듣고 인생사가 덧없음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통곡한 것이다.

무상을 뼈저리게 느껴야 비로소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며 인생의 깊이를 비로소 아는 것이다.

맹상군의 이야기는 세속에서 아무리 최고의 복을 누린다 해도, 자성을 깨달아 생사의 문제를 풀지 못하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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