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十牛圖)
십우도는 소를 주제로 하여 수행, 깨침, 교화의 여정을 열장의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것이라 하여 심우도(潯牛圖)라고도 하고, 찾은 소를 길들이는 과정이 있어 목우도(牧牛圖)라고도 한다. 마음을 소에 비유하여 수행자가 참된 본성(깨달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린 선화이다. 십우도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곽암의 십우도, 보명의 목우도이다.
1. 심우(潯牛) - 소를 찾다
소를 찾아 고삐를 들고 산속을 헤메는 모습. 발심한 수행자가 본성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중. 처음 발심한 수행자가 아직은 선이 무엇인지 본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찾겠다는 열의로 공부에 임하는 것을 상징.
곽암의 십우도 편찬자 자원의 서(序)-
본래 잃지 않았으니 어찌 찾을 필요 있겠는가
깨달음을 등지므로 소원하게 되었고
먼지티끌 향하다가 마침내 잃고 만다
고향 집과 산, 점점 멀어지고 갈림길에서 홀연 어긋난다.
얻었다 잃었다 하는 생각 치열히 타오르고
옳고 그름의 대립 날카롭게 일어난다.
2.견적(見跡) - 발자국을 보다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가는 모습.
수행자가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다보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되는 것을 소의 발자국에 비유함.
경에 의해 뜻을 알고, 가르침을 배워서 자취를 안다
온갖 기물들이 똑 같은 금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고
우주만물이 자기라는 사실을 터득한다
바름과 삿됨을 가려내지 못하는데
어찌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으리요
아직 입문한 것은 아니지만
임시로 자취를 보았다라고 하자
3.견우(見牛) - 소를 보다
소의 뒷모습이나 소의 꼬리를 발견한 모습.
수행자가 사물의 본성(근원)을 보기 시작하여 견성(見性)에 가까웠음을 뜻한다.
소리를 따라 들어가 눈에 띄인 그 곳에 근원을 만난다
육근의 하나하나 어긋남 없고 일상 생활 중에 낱낱이 드러난다
물속의 소금 맛이요 물감 속의 아교이러니
눈썹 치켜뜨고 바라봐도 별다른 물건이 아니다.
4.득우(得牛) - 소를 얻다
소의 꼬리를 잡아 막 고삐를 건 모습.
본성을 찾았지만 아직 번뇌가 없어지지 않아 열심히 수행해야 하는 것을 비유함. 소의 몸이 검정색을 띠고 사나운 모습으로 묘사 되는 것은 아직 삼독(三毒, 탐진치)에 물들어 있고 번뇌 속에 있다는 의미.
오랫동안 교외에 묻혀있다가 오늘에야 그를 만났네
경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쫓아가기 어렵고
아름다운 풀밭을 그리워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완고한 마음 아직 드세고 야성이 아직 남아있네
순화시키고자 하면 반드시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
5.목우(牧牛) - 소를 기르다
소에 코뚜레를 뚫어 길들이며 끌고 가는 모습.
번뇌를 없애기는 쉽지 않으나 열심히 수행한 결과 점점 깨달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표현. 소가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화된다.
앞생각이 일자마자 뒷생각 따르네
깨달음으로 인하여 진실을 이루고 미혹으로 인하여 미망이 생겨나다
대상 때문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 마음이 일어났을 뿐이다
코에 낀 밧줄을 단단히 끌고 가되 우물쭈물 해서는 안된다
6.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잘 길든 흰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 오고 있는 모습.
이제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주인공을 찾아 고요하다. 더 이상 아무런 장애가 없는 자유로운 무애의 단계로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때다. 망상에서 벗어나 본성의 자리에 들었음을 비유한 것이다. 이때의 소는 완전히 흰색으로 특별히 지시 하지 않아도 동자승과 일체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나가게 되며 구멍 없는 피리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는 본성의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상징하게 된다.
싸움은 끝났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모두 비었다
나무꾼의 시골노래 부르고 촌동의 시골노래 피리불어본다
소등에 누워 눈은 저 하늘을 바라본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끌어당겨도 더는 물러나지 않는다
7. 망우재인(忘牛在人) 도가망우(到家忘牛) - 집에 돌아와 소를 잊다
집에 돌아오니 애써 찾은 소는 온데간데 없고 자기만 남아 있는 모습.
소는 심원(心源)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므로 고향에 돌아 온 후에는 방편은 모두 잊어야 한다. 본디 잃을 것도 찾을 것도 없이 마음은 그 자리에 있다.
법에는 두 법이 없으니
소를 잠시 으뜸으로 삼았을 뿐이다
올가미와 토끼가 명칭이 다른 것과 같고
통발과 물고기가 구별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황금이 광석에서 나오는 것과 같고
달이 구름에서 벗어난 것과 같다
한줄기 차가운 빛은 위음겁 밖의 것이다
8.인우구망(人牛俱忘) - 사람과 소 모두 잊다
텅빈 원 하나만 존재하는 모습.
소도 사람도 실체가 없는 모두 공(空)임.
범부의 정도 성인의 뜻도 모두 비웠다
부처님 계신 곳에 놀 필요도 없고
부처님 안 계신 곳에는 급히 지나가 버려라
범과 성 둘 다 집착하지 않으니
관세음보살의 천안이라도 엿보기 어려워라
온갖 새가 꽃을 물고와 공양하는 따위는
오히려 한바탕 부끄러운 장면일 뿐
9.반본환원(返本還原) -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오다
강물은 잔잔히 흐르고 꽃이 붉게 피어 있는 산수풍경만 있는 모습.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우주를 아무런 번뇌없이 참된 경지로 바라 보는것을 뜻한다. 본심은 본래 청정하여 아무번뇌가 없어 산은 산, 물은 물 그대로 본다.
본래 청정하여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상세계의 영고성쇠를 보면서, 무위의 정적의 경지에 머문다
실체가 없는 환상과는 다르다 어찌 닦고 청정하게 할 필요가 있는가
물은 파랗고 산은 푸른데 앉아서 세상의 성패를 본다
10.입전수수(入廛垂手) - 손을 드리우고 저자에 들어가다
지팡이를 들고 나서는 행각승의 모습.
중생제도를 위해 자루를 들고 자비의 손을 내밀어 중생이 있는 곳으로 행하는 모습. 이타행의 경지에 들어 중생제도에 나선 것을 비유한 것이다.
싸리문 홀로 닫혀있으니 천성도 그 속을 알지 못하네
자기의 풍광을 숨기고 옛 성현들이 간 길도 등져버린다
표주박 들고 저자에 들어가고 지팡이 집고 집으로 들어간다
술집도 가고 생선가게도 들어가 교화를 펼쳐 모두 성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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