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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온십팔계 말고 진아가 따로 있는가? -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대원스님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22. 4. 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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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온십팔계 말고 진아라는 게 따로 있다고 봅니까? 눈, 귀, 코, 혀, 몸, 의식(안의비설신의)

을 없애고 나면 거기서 다른 진아가 있어서 보고 분별하는 게 있을까요? 

 

안의비설신의가 없다는 말을 아무 것도 없는 걸로 생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안이비설신의가 없다는 것은 뭐가 없다는 말이냐? 예를 들자면 여러분이 눈에 백내장이 생기면 물체를 제대로 보질 못해요. 병원에 가서 백내장을 걷어내면 바로 보입니다. 그와 같이 여러분이 육근육식에 때가 끼여 있어서 바로 보질 못한다는 것입니다. 유식론에 확실히 나오는데 잘못된 건 잘 된 걸로 보고, 잘된 건 잘못된 걸로 거꾸로 봅니다. 그걸 전도몽상이라고 합니다.

 

육근육식에 끼어있는 때가 중생이 오랜 세월동안 지어놓은 습성의 업입니다. 그 때를 걷어내라는 것이지, 육근육식을 없애치우라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바로 알아야 됩니다. 육근육식이 바로 그대로 진아인데, 단지 때가 끼어있는 것입니다. 그 때가 오랜 세월 동안 지어놓은 습성의 업인데, 재색식명수 오욕에 집착하는 습성의 업이 지독합니다. 거기에 눈이 꽉 막혀서 보질 못합니다. 그런 사람한테 옆에서 도 좀 닦으라 하면 "도 좋아하고 있네. 당신이나 해!" 대번 그러는 걸 내가 직접 들었어요. 그런 사람한테 뭐가 보이겠어요? 

 

오랜 세월동안 재색식명수에 질기고 질긴 집착을 지어놓은 게 수미산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그걸 가지고 일생 살아오면서 갖은 모략중상, 모사를 하고, 상대방을 죽이고 일어서야 되고, 그걸 수도 없이 해 온 겁니다. 그게 가짜인데 가짜인 줄 모르고 가짜라고 하면 "가짜 좋아하고 있네~"그러면서 안 듣습니다.

 

대통령도 국민이 훌륭한 인물이라고 지혜와 복과 덕을 갖춘 분이라고 인정을 해서 모셔서 뽑으면 되는데 "한 잔 주지도 않는데 뭘 뽑아줘?" 이에 문제라고요. 오늘날 이 사회가 잘못된 때묻은 의식을 진짜 주인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서로가 모함하고 죽이고 헐뜯고 질투하고 싸움하고 아무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지옥의 고통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이게 아닌 줄 깨닫는 게 중요한데. 이것이 왜 그런가 하니 오랜 세월 동안 이걸 지어놓은 습성의 때가 내 육근육식을 다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만 걷어내면 육신통이 자재하게 됩니다.

 

의식에 때가 묻은 건 어느 누구도 못 고칩니다. 그런데 방법이 있다면 화두, 주력, 염불의 일념삼매를 통해서 되는 것입니다. 업의 기운이 원체 세 가지고 그냥 시시하게 화두참구 해가지고는 어렵습니다. 지극한 일념으로 일할 때나 오고 갈 때나 항상 지극하게 참구를 해야 됩니다. 여러분이 좌복에 앉았을 때만 하고 나오면 안 하고 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 육식의 기운이 아주 거세게 흐르는 강물보다 더 빨라요. 그냥 시원찮게 해가지고는 금방 흔적도 없어져요.

 

처음에 절에 들어와서 선방에 갔을 때 큰스님들은 무슨 말을 하면 듣지도 않습니다. "치워!" "입 닥쳐!"하고 싹 무시해버려요. 그래서 중생심의 생각 자체를 나라고 가지고 내세우는 걸 싹 밟아버려요. 그러니 그 때부터는 "너 뭐 알았어?"하면 "저는 모릅니다. 지금 참구중입니다."이 말밖엔 안 합니다. 생각으로 요리조리 헤아려서 이렇다 저렇다 하면 그것 때문에 되레 공부가 안 되거든요. 뭘 알았다고 자기 나름대로 주견을 내세우고 주장을 하는 것이 육근육식의 장난이고 육근육식의 도적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본인은 그걸 모르는 겁니다. 아니라고 말을 해줘도 안 듣고 자기가 옳다고 욕하면서 가버립니다. 그게 문제라요.

 

완전히 휴망상이라, 일체 모든 중생의 의식이 다 떨어져서 없어져야 육근육식이 밝아서 육신통이 나온다는 겁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수미산보다 더 큰 때가 막혀있어서 바로 볼래야 바로 볼 수도 없고 자유자재도 안 됩니다. 나의 문제점이 바로 그거라는 걸 알아야 됩니다. 나의 중생심을 익혀놓은 습성의 때가 꽉 차서 주인이 돼서 자리잡고 있으니  될 턱이 있나요? 이놈을 물리쳐 절단 내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아니야. 틀렸어!"하고 무조건 배격하고 아니라고 하는 건, 더 나아가고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다달라서 자기 스스로 거기서 뛰쳐나오라는 겁니다. '수백길 함정에 빠졌는데 여기서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서 힘을 써야 됩니다. 오직 참구하는 일념(의심)이 지극하게 커져야 육근육식의 때가 벗어져서 해결이 되는 것입니다. 

 

- 2021. 10. 3. 학림사 오등선원 대원스님 일요소참 법문 중에서 (2021. 10. 30. 자 오등회보 편집 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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