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4일 공주 학림사에서 조계종 원로의장 대원스님을 만났다. 축하인사를 건넸더니 “무거운 짐을 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임기 내 차기 총무원장 인준 등 중대 사안을 다뤄야 하는 원로회의 수장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종단에 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투엔 단호함이 읽혔다. 종도 기대하는 ‘어른’ 역할 고민 차기 총무원장 인준 중대 현안 ‘안정‧발전’ 긴 안목 방향 제시 출가자 감소 등 불교위상과 직결 ‘스님들 책임 무겁게 느껴야한다’ 불자들에게는 굳건한 신심 강조 ‘선불교 대중화’의 선구자, 옛 제석사 터를 살려 공주 지역을 대표하는 현재의 학림사·오등선원으로 키워낸 원력가, 세랍 80년 가까운 적지 않은 나이에도 3년 간 장좌불와(長坐不臥)를 해 다시금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수좌...여기에 조계종 원로의장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종단의 존경 받는 어른으로 2013년 원로의원에 선출된 후 임기 막바지 맡겨진 중책이다. 축하인사부터 건넸더니 “무거운 짐을 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원스님은 임기 내 차기 총무원장 인준이라는 중대 사안도 다뤄야 한다. 부담이 적지 않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원로의원 스님들도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무원장으로 당선돼 올라온 분은 원로회의에서도 당연히 그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할 겁니다. 통과 안 될 이유가 없어요. 그래도 재차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원로회의 결정이 자칫하면 종단에 큰 혼란을 불러 올 수 있어요.” 지난해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종단이 한시적으로 취했던 산문 폐쇄 이야기를 꺼냈다. “부처님 가르침 어디에도 숨으라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산문 폐쇄가 아니라 기도를 먼저 지침으로 삼았어야 해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사람들 마음에 걱정을 심으면 심을수록 우리 불교가 그를 없애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야죠. 국민들을 위로하고 기도의 힘으로 함께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이 먼저에요. 지난해 이런 부분들을 어른 스님들하고 이야기해 지침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종도들이 기대하는 어른의 역할도 그런 것 아닐까요.” 긴 안목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종단이 가야할 방향을 바로잡는 일.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지혜를 가진 현인들의 조언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 한국불교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스님은 지난날 종단의 노력으로 이만큼 교세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물질문명의 경쟁과 과학 기술의 발전 속 한국불교가 세계적으로 정신문명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2000년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숭산스님 초청을 받아 샌프란시스코와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있던 대원스님에게 하버드대학 교수가 질문을 했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스님은 주저 없이 답했다. “아주 높고 큰 나라입니다.” 그 뒤 이어진 설명에 500여 명 청중이 대원스님을 향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명쾌한 답을 내놓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민 없이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5600년 역사를 가진 나라로 인본(人本) 중심,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을 가진 서양은 신을 중심으로 정신문명이 발달해왔지만 대한민국은 1700년 간 불교문화가 깊이 자리 잡으며 ‘인간이 가장 고귀하다’는 가치관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나라다.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이롭게 하자는 홍익사상, 즉 인간 존엄에 중요한 가치를 둔 국민들이 사는 곳이다. 어느 나라가 더 의식이 있는 국민을 뒀다고 할 수 있는가.” 자신이 딛고 있는 토양에 대한 강한 자기 확신과 신념을 갖는 것. 불자로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대원스님은 “마찬가지로 불교가 어떤 종교냐고 물으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높고 큰 가르침이라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나와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지금의 한국불교는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 탈종교화라는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더라고 불교에 대한 위상이 낮아짐으로써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데는 스님들 책임이 크다고 했다. 요익중생을 위해 밤낮으로 뛰기에도 부족한 현실에서 출가 수행자들의 활동이 저조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사찰에 젊은 불자가 없고 출가를 기피하는 현실도 모두 그에 따른 결과다. “절에 가야 한다, 스님이 돼야 한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떤가요. 절에 가기 싫어하고 스님이 되길 꺼려하는 게 현실이죠. 불교 위상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증거입니다. 얼마 전 충남대병원 법당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개신교 천주교에 비해 10분의1 규모도 안 되는 초라한 모습을 보고 눈물이 다 났습니다. 스님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절에 가야 한다, 스님이 돼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겁니다. 불교가 가장 높고 큰 종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우리가 그걸 못하고 있어요.” 수행과 전법, 포교가 따로 있지 않음은 스님 스스로 증명해냈다. 고암, 향곡, 성철, 경봉, 금오, 동산스님 등 당대의 선지식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법거량으로 화두참구했던 세월이 수십년이다. 선수행을 한 순간도 놓지 않으면서도 1980년대 어린이 법회를, 2000년대 템플스테이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경계 없이 활동해왔다. 1956년 14세 나이 출가해 지금까지도 안거에 참여해 후학들과 용맹정진을 같이 한다. 매주 전국에선 수십명 재가자가 오등선원을 찾는다. 대원스님의 ‘조주록’ 법문을 듣고 5시간 철야 정진에 스님이 직접 공부를 점검하는 소참 법문을 듣기 위해서다. 템플스테이를 두고 ‘힐링’을 말하는 이들이 넘쳐나지만 오등선원에서만큼은 ‘인생을 배웠다’고 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까닭이다. 대원스님은 “필요하면 스님들이 신도들 뿐 아니라 대학에 가서도 강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교 위상이 높아지지 못하는 건 스님들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용사혼잡(龍蛇混雜) 범부교참(凡夫交叅)이라, 성인과 범부가 서로 부딪히면서도 같이 어울리는 곳이 선불장입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시원찮은 사람도 있는 법이에요. 그럼에도 불조의 혜명을 이어 인천의 스승으로 안목과 위의를 갖춘 스님이 꾸준히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불교가 높고 크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중요한 건 스님들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야 불교 위상이 높아지고 너도나도 스님이 되겠다고 하는 세상이 올 겁니다.” 불자들에게도 특별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산 속에 보물이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캐내 써야 하지요. 우리 불교는 ‘대자비’ ‘대지혜’라는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를 믿는다 하면서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늘 진리의 말씀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매일 눈을 뜨면 기도로 시작하는 겁니다. 천수경 금강경을 독경하고 108배를 꾸준히 실천하면 어느새 믿음에 대한 확신이 생깁니다. 참선하고 불성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꾸준히 해야 합니다. 가는 곳마다 맑고 훈훈한 바람을 일으켜야 해요.” 숱한 세월을 지나며 스님의 위치 또한 많이 달라졌지만 대원스님은 여전히 대웅전 아래 1층 작은방을 조실채로 쓴다. 상좌들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어 시자를 둘 법 한데도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물리친 스님이다. “등 하나 붙일 자리면 족하고 소참 법문 하는 데 불편이 없으면 된다”는 스님이 늘 품에 안고 있는 고암스님과의 법거량을 들려줬다. “고암스님은 수행자로서 덕목을 제대로 갖추려면 돈, 명예, 여자를 몰라야한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야 도덕을 높이 갖출 수 있다고 했어요. 항상 인과를 소홀히 여기지 말라 강조하셨어요. 수행을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잘하지 못하면 좋지 못한 결과가 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덕을 잘못 쌓으면 불교도 손해, 무엇보다 본인이 제일 손해를 본다는 걸 알아야 하겠습니다.” ![]() 조계종 원로의장 대원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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