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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아니라면 그럼 무엇인가? - 대원스님 상당법문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22. 5. 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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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잘 만들어서 세상을 풍요롭게 하느냐, 가짜를 만들어서 사람을 속여서 현실을 불행하게 만드느냐 이건 행동에 달린 거예요. 행동은 마음에서 나오는 겁니다.
  

무엇인고를 할 때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일체 아니라서 싹 쓸어버리고, 그 근본으로 돌아가서 그걸 가만히 깊이 들여다보는데, 따로 의심이 막 일어나는 걸 생각하지 말아요. 그게 아니라, 본인이 궁금하잖아? 그래서 ‘전부 다 아니라면 그럼 무엇인가?’ 안으로 깊이깊이 생각해서 참구해 보는 걸 ‘의심’이라고 하는 건데, “나는 의심이 불길처럼 확 일어나지 않아요. 어쩌지요?” 자꾸 이러면서 불길처럼 일어나는 의심이 따로 있는 줄 알지만 그건 아니에요. 본인이 궁금해서 참구하는 자체를 그냥 의심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의심해서 자기를 봐서 일체가 없는 줄 바로 아는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중도를 잘 취해서 이 세상에서 생산적으로 멋진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니, 아는 걸 생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신광불매만고휘유(神光不昧萬古煇猷)
  입차문내막존지해(入此門內莫存知解)
  신광(神光)이 매하지 아니하여 만고에 빛나니
  이 문중에 들어와서는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자기의 모양을 확실히 진짜로 바로 알지 않고, 이 세상의 어떤 지식이나 상식으로 조그마한 걸 담아놓고 옮기려고 하면, 그 사람은 시시비비를 말하지 않을 수 없고, 거기에 말려들어가야 되고, 고통속에서 계속 쳇바퀴 돌듯 돌면서 살아야 된다는 거예요. 

  세존께서 라후라존자에게 종을 치라고 하고서 아난존자에게 물으셨습니다.
  “아난아! 너는 저 종소리를 들었느냐?”
  “듣지 못했습니다.”
  “아난아! 소리가 났다가 소리가 없어진다면 이것은 성진(聲塵 소리의 티끌)이니라. 종소리를 듣는 성품이 어찌 저 일어났다가 없어지는 소리에 따라가겠느냐?”
  그때 아난존자는 본래 듣는 성품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바다의 파도나 거품이 일어나고 꺼지지만, 바다밑에 들어가면 일어나고 꺼지는 것이 없듯이, 소리가 일어나고 없어지더라도, 일어나고 멸함이 없는 성품자리를 깨달아 알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고?' 할 때는, 일체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인고?' 한다 이거예요.

 만약에 호리라도 이거라고 정해졌다면 ‘무엇인고?’ 할 필요가 없겠지요. 싹 쓸어버렸는데, 무엇이냐고 할 때는 뭐라고 해야 돼요? 거기서 확실히 깨달아야 됩니다. 깨닫고 나면 그때는 쓰는 게 달라집니다. 그 다음에 또 한 걸음 나아가야 됩니다. 


얼른 뭘 구하려고 하고, 뭐가 환희 터지는 게 있을 거다, 뭐가 확 보이는 게 있겠지 하는 허망한 생각으로 왜 참선을 하느냐는 거예요. 뭐가 확 열리고 깨지는 게 있을 거다는 이런 생각 가지고 공부하고 있으면 천만년 가도 안 돼요. 그런 게 아니라요. 


얼른 부처가 되는 걸 바라지 말고, 자기 본래 이 자리는 부처도 조사도 성인도 신도 아닌 데서 밖으로 행하는데 따라서 두 가지 길로 나눠져요. 본래 부처도 성인도 신도 아니고 일체 모든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거품도 아니요 파도도 아니라. 구름이 허공에서 일어났지만 일어난 바가 없다. 여러분의 본래 마음자리를 들여다 보니 마음자리가 본래 실체가 없고 허공처럼 텅텅 비어 있어서 그 자리가 이렇다 라고 딱 정해진 바가 없더라 이거예요. 부처도, 조사도, 일체가 아니다 는 말이지요.


일체가 아닌데, 거둬들여 바로 알은 사람이 밖으로 한 발자국 실천에 옮기는 데 따라서 갈라져요. 그 자리를 바로 알은 사람은 범부 중생처럼 좋지 못한 행을 안 한다는 겁니다. 왜냐? 자기 손해인데? 인과가 분명한 건데? 그래서 밖으로 옮길 때 부처와 같은 행을 옮긴다는 거예요. 


지장보살님이 이와 같은 도리를 알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일체중생을 위해서 보살행을 하는 거고, 그런 공덕이 있어서 모든 공양을 받는 것입니다. 일체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님은 공덕주라. 여러분들이 부처님 때문에 인생의 마음을 고쳐 먹고 진정한 참 공덕을 짓는 걸 행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절에 와서 부처님 공양하는 데 봉사 좀 하세요.”, “보살님, 회장 좀 하세요” 하면, “아이고 저는 못해요!” 하고 얼른 도망간다고. 내가 속으로 그럽니다. ‘아이고 박복한 것. 저래 가지고 뭐가 신심있다고. 너는 천년만년 가도 제도하기 어렵다.’ 어려워요! 사실이야 그게! 내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아요? 기가 찬다고요 기가 차요. 그러니, 그래 가지고 뭘 여러분이 한다는 것입니까? 생각을 해 봐요. 
  
『 그 때에 지장보살마하살이 이 게송을 설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니, 이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견고한 지혜와 청정심을 내어 중생들의 무량고를 없애어주며, 묘락을 베풀기는 보배손 같이, 미혹 그물 끊기는 금강 같으며, 대비 지혜 일으켜 정진 갖추고, 묘한 공양 모두 갖춰 공양하나니, 바다 같은 큰 지혜로 중생 구하고, 고통 속에 빠진 중생 모두 건지리.” 』
 
여러분도 일체 중생의 고통을 건지는 보살이 되십시오.       
   

(2013-01-18 지장재일 대원스님) - 학림사 오등선원 카페 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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