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오대산 참배 길에 한 노파가 있어, 스님과 문답을 하려 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대산 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똑바로 가시오."
그 스님이 떠나자마자 노파가 말하였다.
"또 저렇게 가는구나."
조주 스님이 이를 듣고는 바로 가서 물었다.
"오대산 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똑바로 가십시오."
조주 스님이 떠나가자마자 노파가 말하였다.
"또 저렇게 가는구나."
스님께서 즉시 돌아와서 대중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말씀하셨다.
"노파는 오늘 나에게 간파당했다."
송)
부산원이 송하되,
오대산 가는 길 물으니
노파는 잘못 가리키지 않았도다.
비록 길을 곧장 가라 하였으나
어찌하여 다들 그렇게 가는고.
조주가 간파하고 돌아오니
알았다는 이는 무슨 근거가 있는가.
달빛이 집을 골고루 밝게 비추고
구름 걷히고 산세가 드러남이로다.
경복순이 송하되,
조주가 노파에게 길을 물었는데
답하기를 곧장 그대로 가라함이로다.
모두가 말하기를 노파를 간파했고
노파는 설욕할 도리가 없다고 하니
도가 같은 사람이라야
더불어 이야기할 수 있음이로다.
강설)
학산 대원 왈,
머리를 돌이켜 바로 간파해보라.
실꾸러미를 푸는데 안쪽에서부터 실을 당겨서 풀어야지, 밖에서부터 풀려고 하면 풀리지 않는다.
한마디를 듣고 심경이 뒤집어져야 된다. 중생이 가지고 있는 생각, 보고 판단하고 말하는 것은 절대 올바른 게 아니다. 그걸 버리지 않으면 진취가 없다. 새롭게 향상일로로 진일보해서 자기 인생관이 바뀌어야 하는데, 되지도 않는 생각의 고집을 가지고 있다. 그게 아니라고 선지식이 말해주면 바로 알아차리고 고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지식 말도 안 듣고 자기 고집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과거에 선지식 스님들이 두말 안 하고 방을 치고, 호통을 치고, 멱살을 잡고, 물에 처넣고, 왜 그렇게 하겠는가? 그것도 대단한 자비심이다. 요사이는 그렇게 하는 분이 없다.
인생을 바꾸려고 혼자 앉아서 10년, 20년 생각해본들 길도 모를 뿐 아니라 막연해서 별로 뾰족한 수가 없다. 혼자 15년을 무전여행하며 수행하러 다녔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허송세월을 했더라.
그렇다고 관법하는 사람을 만나서 호흡관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 인생관이 바뀌느냐? 안 바뀐다. 호흡을 관하는 그걸 하는 것뿐이다.
이 조주스님이 말한 한 마디가 중생들의 오장육부와 눈을 바꿔주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려면 자기 마음이 다하고 다해야 된다. 생각이 다하고 다한 사람은 절벽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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