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양개 화상이 행각을 하다가 길을 잃어서 용산에 이르러 참례하니 대사가 물었다.
"이 산에는 길이 없는데 그대는 어디로 오셨소?"
동산이 말하였다.
"길이 없는 것은 그만두고 화상께서는 어디로 들어오셨습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나는 행각한 적이 없소."
"화상께서 이 산에 계신 지 얼마나 됩니까?"
"봄과 가을을 거치지 않았소."
"이 산이 먼저 살았습니까, 화상께서 먼저 살았습니까?"
"모르겠소."
"왜 모르시나요?"
"나는 인간과 하늘을 위해서 온 것도 아니오."
동산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손 가운데의 주인입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여러 해를 문 밖에 나선 적이 없소."
동산이 물었다.
"어떤 것이 주인 가운데 손입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덮였소."
"손과 주인과의 거리는 얼마입니까?"
"끝없는 강 위의 파도요."
"손과 주인이 만나면 무슨 말을 합니까?"
"맑은 바람이 보름달에 산들거리오."
동산이 다시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떤 도리를 보셨기에 이 산에 사십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나는 두 진흙 소가 싸우면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소."
대사는 이어서 게송을 읊었다.
언제나 삼간초옥에서 사노라니
한 줄기 신령한 빛 일만 가지 경계에 한가롭다
옳고 그름을 가지고 나와 따지려 하지 말라
허망한 중생의 시비와는 상관이 없다
ㅡ《판치생모》 선문염송 12권 475칙 판치(版齒)/ 전강선사 법문 / 조주록 307칙 대원스님 강설/대원문재현선사 선문염송/여운블로그 (0) | 2025.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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