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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선사 오도가

선사선담

by 노하시원 2016. 10. 1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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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선사 오도가(悟道歌)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으니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구나

봄 산에 꽃은 웃고 새가 노래하며,

가을 밤에 달이 밝고 바람은 시원해라.

바로 이러한 때에

몇 번이나 무생無生의 한곡조 노래를 불렀던가

한 곡조 노래를 아는 사람 없으니

시절인가 운명인가 어이하리오.

산빛은 문수의 눈이요

물소리는 관음의 귀로다.

소 몰고 말을 모는 이가 보현이요

장삼이사가 본래 비로자나불일세

부처와 조사의 말씀이라 하지만

참선과 교학이 어찌 다르리오

단지 분별을 일으켰을 뿐이네

돌사람은 피리를 불고

목마는 졸고 있구나

사람들은 자기 성품을 알지 못하고서

성인의 경계지 나의 분수가 아니라 하니

가련하구나 이런 사람들은 지옥의 잔재로다

나의 전생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생과 육취 온갖 험한 곳에서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며 신고(辛苦)를 겪었네.

금생 오늘 눈앞에서 자성을 분명히 보니

이내 마음 견딜 수 없구나

다행히 숙세의 인연(宿緣)이 있어

사람이요 장부로 태어나

출가하고 도를 깨쳤으니

네 가지 얻기 어려운 가운데 하나도 모자람이 없도다.

어떤 사람이 소가 되면 콧구멍 없다 장난으로 말하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의 본래 면목을 깨닫고 보니

명상이 모두 공하여

공하고 텅 비고 고요한 곳에 늘 광명이 나오네.

이 말을 한 번 듣고부터 모든 것을 깨달으니

눈앞에는 홀로 밝은 적광토요

정수리 뒤에는 신령한 금강계로다

사대와 오음이 청정한 법신이라

극락세계는 화탕지옥과 한빙지옥이요

화장찰회(華藏刹會)는 검수지옥과 도산지옥이로다

법성토(法性土)는 썩은 흙이요 똥 무더기이며

대천 세계는 개미굴이요 모기 눈썹이라

삼신과 사지는 허공과 만상이니

눈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천진면목이로다.

매우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솔바람이 서늘하니

사방은 푸른 산이요

가을달이 밝으니

하늘은 물처럼 맑구나

노란 국화와 푸른 대나무

꾀꼬리 소리와 제비 소리에

늘 진여의 큰 작용이

드러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천자의 자리를 준들 어찌 받으랴

평지 위의 파도요

구천의 옥인은 참으로 괴이하니

해골 속 눈동자로다

한량없는 부처가 늘 눈앞에 나타나니

초목과 깨진 기왓장이 그것이요

화엄경과 법화경을 내가 늘 설하니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이 곧 이것이라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으니

이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지옥을 바꾸어 천당을 지으니

모두 나의 작용에 있으며

백천 가지 법문 무량묘의(無量妙義)가

마치 꿈에 연꽃이 핀 것을 깨달음과 같도다.

이변과 삼제를 어디서 찾으랴

시방세계가 안팎없이 큰 광명인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내가 대법왕이라

모든 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에 어찌 걸림이 있으랴.

어리석은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내가 헛소리를 한다 하여

믿지 않고, 따르지도 않겠지만

귀가 뚫린 사람이 있다면

바로 믿고 의심하지 않아서

곧 안신임명처(安身立命處)를 얻으리라.

문득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르노니

한 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겁(萬劫)에 다시 얻기 어려운데

하물며 이 덧없는 목숨은

아침에 저녁을 보장하기 어려우니

눈 먼 당나귀가 발길 닿는대로 가서

편안한지 위태한지 전혀 모르는 꼴이라

저 사람도 이러하고 이 사람도 이러하구나

어이하여 나에게서 무생법(無生法)을 배워

인간과 천상의 대장부가 되지 않는가?

내가 이처럼 입이 아프게 재삼 당부하는 것은

예전에 나그네였기에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는 것일세

아아 그만이로다

대저 의발을 누구에게 전하리?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는 것을

사방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없으니,

의발늘 누가 전해줄거나

홀연 콧구멍 없다는 말을 듣자

문득 삼천세계가 나임을 깨달았노라

유월이라 연암산 아랫길에

농부들이 한가로이 테평가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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